이보다 더 슬픈 추리소설은 없다
3대가 함께 살고 있는 한 가정.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이지만 그 실상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다 떠안고 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떠나보내고 남편에 이어 치매에 걸려버린 노모..
외도 및 가정에는 관심없는 가장 아키오..
아들이라면 목숨까지도 내 놓을 만큼 아들바라기 아내 야에코..
치매에 걸린 남편을 떠나보내고 남편에 이어 치매에 걸려버린 노모 마사에..
폭력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한 아들 나오미..
고부간의 갈등이 극에 달아 답이 나오지 않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아들을 이렇게 키운 이 가정 자체...
모든 게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고구마 백개를 먹은 듯 한 답답함과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결국 그 끝은 참담하고 슬프기 그지없다...
야키오는 어느 날 아내 야에코의 전화를 받고 급히 귀가한다.
부랴부랴 집에 돌아오니 어린 소녀의 싸늘한 주검이 그를 맞이한다..
범인은 그의 아들 나오미, 평소 참을성이 없고 부모에게도 폭력적인 성향을 숨기지 않던 아들이었지만 이런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살인이라니..
아들이지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당장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아내 야에코는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가며 반대를 한다.
결국 아내 야에코의 의견에 억지로 동조하지만 스스로도 마음 한켠에는 아내와 같은 마음이 이성과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 소녀의 주검은 근처 익숙한 공원에 버려지게 되고 그렇게 가가 형사가 등장한다.
시작된 탐문수사에 겁이 난 아키오와 아내 야에코는 결국 해서는 안 될 방법을 생각해 낸다..
치매에 걸린 노모가 소녀를 죽인 진범이라고 내세우게 되면서..
숨을 쉬는 것 조차 잊어버릴 만큼 폭풍이 휘몰아치듯 가가 형사의 수사가 진행된다.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수사로 가가형사는 결국 진범이 나오미라는 걸 밝혀내지만...
이미 가족 모두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아내 야에코는 자신의 아들 나오미를 지키기 위해...
야키오의 치매걸린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 야키오의 진정한 속죄를 위해...
이 집에 이사 온 뒤의 일들이 뇌리에 스쳤다. 야에코의 냉담한 태도. 거기에 질질 끌려다니듯이 그 또한 늙은 어머니를 꺼림칙하게 생각했다. 그런 부모를 보면서 아들이 반듯하게 커줄 리가 없었다. 나오미는 할머니를 마치 더러운 물건처럼 취급했다. 아키오도 야에코도 그런 아들의 태도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집에는 가족 간에 마음의 교류라는 게 전혀 없었다. 한가족이라는 따스한 정 따위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았다.
야키오의 어머니 마사에는 치매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앞에서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가자는 아들의 이야기를 어머니 마사에는 어떤 심정으로 듣고 있었을까?
비참함, 참담함,원망,분노,슬픔,어떤 말을 가져다 써도 부족하지 않을까...
중간중간에도 틈틈히 아키오는 스스로가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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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옛날에 읽고도 머리를 쾅 얻어맞은 겆처럼 충격적이고 슬픈 이야기였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나이 앞의 숫자가 바뀌고 상황이 바뀐 지금 다시 읽으면서...
예전엔..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정말 나쁜사람들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모두 다 때려 넣어 꼬집었구나 싶었는데...
지금은 내 마음이 갈갈이 찢어지는 거 같고 참담하다.. 슬픈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을 만큼...